교각살우(矯角殺牛)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총명했고 공부도 잘 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녀는 인문계 진학을 포기하고 여상에 진학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서 동생들 공부도 시키고, 홀어머니도 잘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 효성이 지극한 소녀였습니다.
여상을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을 하게 됩니다. 은행 일을 하면서 조그마한 사업을 하는 청년을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도 합니다. 고등학교 학력의 남편은 사업수완이 좋고 팔방미인이었습니다. 나날이 사업은 확장되고 발전하여 어느새 사모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사모님이 된 소녀는 어느 순간부터 귀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 집니다. 경제력만 놓고 본다면 귀족이 되고도 남을 정도로 부를 축적했는데 사모님들과 대화 중 '殺牛엄마'는 대학에서 뭘 전공하셨어요? 이 말을 들을 때 마다 심한 자격지심이 느껴졌습니다. 이런 말이 나오면 화제를 얼른 아이 이야기로 돌립니다. 우리 殺牛(살우)는 이번에도 전교에서 3등을 했다고 자랑을 하면 다른 엄마들은 금방 풀이 죽어 아무 말도 못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살우엄마 입니다. 남편은 기업을 크게 성공 시킨 CEO이고, 아들은 강남의 한 중학교에서 전교 5등 안에 드는 수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살우엄마는 말 못할 열등감과 아픔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완이 좋고 팔방미인인 남편은 인맥을 동원해 학력을 세탁(최고 고위 경영자 과정)해서 대한민국의 최고 수재들만 다닌다는 학교의 동문으로 입성을 합니다. 사회적 신분이 상승되다 보니 촌티 나는 아내가 곱게 보일리가 없습니다. 젊고 예쁜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린 지는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무늬만 화려한 부부이나 사모님이라는 매력적인 지위를 살우엄마는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살우엄마의 유일한 낙은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들 殺牛와 재력가 사모님들과 어울려 골프치고 수다를 떠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모님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를 떨어도 가슴은 텅 빈 듯 외롭고 허전합니다. 그 외로움과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살우에게 올인 합니다. 살우는 착하고 엄마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하니 엄마에게는 힘이 되는 절대적 존재가 되어 갑니다. 아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절대적 존재가 되다보니 살우엄마는 점점 더 극성스럽게 변해갑니다.
엄마는 살우가 전교 1등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 합니다. 조금 만 더 노력하면 1등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기최면에 빠지게 됩니다. 부족한 과목도 국영수가 아닌 체육이니 전교 1등은 문제가 없다고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실기점수가 편성되어 있는 모든 종목들에 개인 전담 코치를 붙이고 혹독하게 훈련을 시킵니다. 운동에는 영 재능이 없는 살우는 미칠 지경이 됩니다. 하지만 착한 살우는 엄마의 기대를 저 버릴 수가 없어 말 한마디 못하고 로봇이 되어 갑니다.
코치로부터 살우가 기초체력과 지구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은 엄마는 학교 등교전에 살우에게 집 앞 운동장을 열 바퀴를 돌게 합니다. 살우가 조금 이라도 힘든 내색을 하면 엄마는 날카롭게 꾸짖습니다. 살우는 점점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효자인 살우는 엄마에게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말을 한들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야단만 맞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매일 새벽까지 예습과 복습을 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장을 도는 것은 중학생인 살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열대야가 한 달이나 지속된 무더운 여름 날 살우는 너무 힘들고 아파서 새벽운동을 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칼날 같은 불호령에 로봇처럼 일어나 운동장으로 힘없이 걸어갑니다. 살우는 한 바퀴도 채 돌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집니다. 14살의 살우는 그렇게 세상을 마감합니다. 살우가 떠난 뒤 엄마는 살우의 일기를 보게 됩니다. “엄마 ! 미안해요! 엄마의 꿈을 이루어 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죽어 간다는 것을 알아요. 그러나 실망하실 엄마를 생각하면 차마 그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많이많이 미안해요!”. 엄마는 통곡하고 울부짖었지만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며칠 후 엄마도 살우를 따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교각살우(矯角殺牛) 라는 말이 있습니다.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작은 결점이나 흠을 바로 잡으려다가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친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다 부족합니다. 욕심이 지나치다 보면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됩니다. ‘살우와 살우 엄마 이야기(필자가 만든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교훈아 아닌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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