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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고주알

툇마루

by 부르스 리(이판사) 2025. 3. 7.

3월이 되었다.

 

3주차 기간제 강사 채용

계약서를 작성했다.

 

정확히 15년 만의 일

설레이기도 하고 걱정도 가득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날

아이들과 함께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정식으로 15년 전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제 3일이 지났다.

놀랍다.

교실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이

 

90%의 아이들이 예전의 내가 느꼈던 해맑았던 그런 모습이라면

10% 정도의 아이들의 모습은

왜 그럴까 ?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이지만 

이 10%의 아이들에게 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툇마루에 앉아

햇빛이나 쬘걸 왜 여길 왔나 생각도 했지만

이 10%의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어야 할 듯하다.

 

 

툇마루 / 하상욱

 

​햇빛 잘 드는 툇마루에 앉아

신문지 펴고 손톱이나 깎는

그런 오후였으면 좋겠네

햇빛이 구석구석 적셔 주면

그게 약이지 다른 약 있나

화단엔 철쭉꽃 화사하게 피었고

가끔 지나가는 채소 트럭 확성기 소리

햇빛 잘 드는 툇마루에 앉아

시장에 장 보러 간 당신이나 기다렸으면 좋겠네

아직 남아 있는 햇빛을

당신과 나란히 쬐어 보고 싶다고

생의 이 적막한 오후를

더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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