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원농장의 가을 걷이
샛빨간 탐스러운 사과는 아니어도
탄저병을 이겨내고 끝까지 매달렸던 부사
네가 진정한 승리자
몇그루 노랗게 병들어 쓸어질때도
꿋꿋하게 자라서
우람한 근육같은 탄탄함을 보이며
진한 향기를 제공하는 생강
너 역시 진정한 승리자
쓰러지고 풀속에 갇혀 답답함도 컷을 터인데
땀스럽게 영글어
머지않아 쌀밥에 푹 묻혀
내 입을 감동시킬 서리테
너 역시 승리자가 아닐 수 없다.
배추와 무도 질세라
속이 차고 단단하게 영글고 커가는 중이지만
수확의 시간이 아니어서
더 며칠 스스로를 다지는 시간을 가질
너 역시 승리자로 부르려 한다.
마늘, 쪽파, 대파도
승리자로 불려질 그때를 다짐하며
오늘도 알차게 자라고 있음에
운원농장의 주인장은 흐뭇한 미소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