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운원농장의 희망
4월 고운 꽃 구경에
색색이 변하는 산의 아름다움도 느꼈으니
이제는 텃밭 가꾸기를 시작해야지
예년보다 일주일 이상 빠른 발걸음으로
감자 심고 덧거름 주고
밭 갈고 거름 넣고 생강을 파종하고
고추, 호박, 오이, 참외 모종 심고
과일나무 살충제 살균제 뿌리고
4월은 분주하지만
희망을 생각하는 달
주말이면 열 일 제쳐두고
텃밭에서 땀 흘리는 모습 보고
사다 먹지 먼 고생이여
하는 말에
허허 웃음지며
니들이 이 맛을 알아
씨앗 뿌리고
모종 심고
덧거름 주고
풀도 뽑고
운원농장의 4월은 희망이어라
꽃길/ 도종환
이 길을 가다 보면 사월 하순에서
오월 초입으로 이어지는 고개가 하나 있고
그 고개 아래 수수꽃다리 한그루 서 있지요
엷고 은은한 그 꽃나무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당신이 꽃나무로
서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하는데요
내 발소리를 들으며 꽃문을 밖으로 열고는
잔잔하게 웃으며 소리가 건너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요
펄럭이는 그리움을 날개처럼 달고
한 마리 나비가 되어 나를 앞서가는
저것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요
당신의 꽃그늘 아래
나란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함께 가는 모든 길이 아름다워지고
이 순간을 꽃잎처럼 바람에 맡기고 싶어지는
이것을 사랑이라 불러도 좋을까요
가장 맑은 빛깔로
막 세상에 나온 연둣빛 잎들이
그대 향기가 시작되는 곳을 향해
일제히 손을 흔드는 꽃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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