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물사랑방

아내의 잔소리도 흥에 겹다

by 부르스 리(이판사) 2023. 8. 19.

토요일 오전

아내랑 농장으로 고고

도착 후 난 예초기로 풀 자르기/ 아내는 하우스 정리

 

호박 따고 수박 따고

아로니아 따고 오이 따고

부추 썰기 아로니아 다듬고

 

여기까지는 희희낙락

탄저병에 성한 사과 몇 개 없고

포도도 성한 거 몇 개 없고

 

이어지는 아내의 잔소리

묵묵히 들어주는 일 외에

난 묵언수행

 

땀 흘리고

풀잎에 슬쳐 가려웁지만

텃밭은 나의 놀이터

 

깔끔해진 하우스를 바라보며

역시 아내랑 함께하면 신이 납니다.

잔소리가 미안한지 

삼겹살로 점심을 즐겁게 해 주네요.

 

신 귀거래사(新 歸去來辭)/ 서 지 월

 

꽃은 피어서 무색하지 않고

바람은 불어서 가면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다가다 만난 사람 옷자락 끝에도

풋풋한 인정은 피어나고

새소리에 귀 열리나니

 

오, 하늘 아래 해와 달 별들이

늘 곁에서 무병장수 빌어주나니

 

숲이 우리들 식탁인 것을

흙이 우리들 양식인 것을

 

구름 떠 오면

늘 그대로인 청산이

반가운 손님 맞이하듯

 

훈훈한 돌의 향기와

흐르는 물소리의 여운이

피 맑게 해 주나니

 

벗이어, 한 바가지의 물

버들잎 띄워 천천히 들이키듯

우리 목 축이며 살아가세

'식물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가위 보람  (191) 2023.10.04
허당 농부  (223) 2023.09.20
쓰담 쓰담  (154) 2023.06.21
운원농장의 봄  (109) 2023.03.12
운원농장의 가을걷이  (57) 2022.10.29